'마곡지구 중식 맛집, 랑월(朗月) 흑설탕수육의 매력'
발산역을 시작으로 마곡지구에는 많은 상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곡지구에는 엘지 사이언스 파크를 시작으로 많은 회사가 입주하여 있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인구를 위한 상권이 조성되었다.
맛집이라는 기준에 있어서 오랜 시간 유지가 가능한지를 살펴보는데 짧은 기간에 상권이 조성된 맛집은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리뷰를 자제하고 있는 와중에 마곡지구에 근무를 하는 지인이 추천하는 중식당이 있었다. '랑월(朗月)' 중식당은 흑설탕수육이 유명하고 개인적으로 인생 탕수육을 맛보았다는 소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도 이곳을 추천하였기에 평일 저녁시간 랑월로 향하였다.
저녁시간 잠깐의 기다림 이후에 랑월을 만날 수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과 목재 느낌의 인테리어 그리고 주황색의 불빛이 잘 어울리는 따듯하면서도 차분한 공간이다. 랑월에서의 첫 식사는 시그니쳐 메뉴 흑설탕수육과 잡채밥, 계절메뉴 사천탕면으로 결정했다.
우선 중식당 랑월을 과소평가한 나 자신을 반성한다. 신라호텔 팔선,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유안, 이연복 셰프의 목란 등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랑월의 흑설탕수육은 요즘 때아닌 열풍을 일으키는 흑당의 인기에 편승하는 메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식당 랑월도 마곡지구 상권에 새로 생겨난 직장인들만의 맛집이라고만 판단하였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흑설탕수육의 모습을 보기 시작한 후 불길한 예감의 톱니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흑설 탕수육 한 점을 들고 베어 무는 순간 나의 편협한 생각은 허공에 사라지고 부끄러움만이 남았다.
얇은 튀김옷에 감춰진 돼지고기는 상당히 두툼한 두께를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퍽퍽하지 않으며 촉촉한 씹힘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좋은 두께의 돈가스를 먹는듯한 느낌을 준다. 흑당을 사용한 소스는 상당히 신선한 맛을 선사한다. 흑당 특유의 맛이 입안에 한번 감돌면서 바삭하는 튀김 소리와 함께 돼지고기의 촉촉함을 느끼게 되고 은은한 흑당의 맛이 입안에 남아 젓가락질을 재촉한다.
아이들과 먹기 위하여 주문한 잡채밥은 얇은 당면에 여러 가지 야채와 소고기로 만든 잡채를 밥 위에 얹어 내었다. 밥 아래 스며든 잡채밥 소스와 함께 잡채밥을 이리저리 비벼주면 연한 갈색의 밥알이 식욕을 자극한다. 숟가락 가득 잡채밥을 떠내어 입안에 욱여넣는데 그 맛이 참 좋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하지 않으며 야채의 아삭거림과 소고기의 맛 그리고 간간한 당면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짬뽕 국물 한 숟가락으로 심기일전하고 다시 잡채밥을 공략하기 위하여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랑월의 11월 ~ 2월 겨울의 계절메뉴 사천탕면은 맑은 국물을 가진 탕면이다. 굴, 바지락 등의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청양고추, 홍고추로 매운맛을 가미하였다. 탱탱한 면발과 매콤하면서 칼칼한 따듯한 국물은 겨울에 잘 어울리며 해장에도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보통 아주 매운맛으로 재료의 맛을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 혀 끝에만 맴도는 매운맛은 감칠맛이 뛰어난 시원한 국물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흑설탕수육이 사그니쳐 메뉴이기는 하지만 다른 메뉴도 뒤지지 않는다. 크림새우는 새우의 크기가 커서 만족도가 높았다. 그렇다고 흑설탕수육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마곡지구 랑월 중식당은 나에게 있어 잘못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흑당 탕수육은 흑설탕 특유의 맛이 미묘하게 감돌면서 바삭하고 얇은 튀김옷은 소스에 오랜 시간에 머물러 있어도 언제나 바삭함을 유지하였다. 사천탕면은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뛰어난 국물이 인상적이다. 잡채밥은 한 숟가락 가득 덜어내어 맛을 보면 내게 큰 만족감을 선사하였다.
메뉴 퀄리티를 고려하였을 때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점심시간에는 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식사시간을 피하거나 저녁시간 이곳을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마곡지구 랑월 중식당을 시작으로 마곡지구의 맛집을 찾아 나서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