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첫날, 흐린 하늘이 결국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별돈별 정원본점"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제주도의 밤하늘을 보며 맛있는 식사를 하려고 하였지만 계획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숙소에서 멀지 않고 맛있다는 후기가 있어 별돈별 정원본점을 찾았다.
별돈별은 '테이블링' 앱을 이용하여 웨이팅을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손님은 현장에서 대기 등록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테이블링 앱'에서 웨이팅 등록을 하느라 순번이 뒤로 밀리기도 했다.
별돈별 정원본점은 이런 곳에 설마 가게가 있을까 하는 위치에 있다. 도착하고 보니 거친 비바람에 야외 테이블은 이미 정리된 상태이었는데 대기공간도 마땅하지 않았다. 다만 테이블링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해서 대기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날씨는 정말 매서운데 6월에도 거센 비바람으로 인한 체온 관리를 위해 바람막이는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실내 테이블에 앉아 제주산 흑돼지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제주산 흑돼지는 56,000원으로 목살과 오겹살로 준비되는데 양이 적지 않아 성인 3명 정도 식사가 가능하다. 고기는 연탄불에 직원이 직접 구워지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고기는 목살부터 구워지는데 연탄불에 잘 구워진 흑돼지 목살은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주었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흑돼지 맛집으로 알려진 몇 군데를 가 봤지만 이렇게까지 맛있는 고기는 처음이었다.
별돈별의 야외 정원 이미지가 너무 강력하여 솔직하게 맛에 대해서는 '기본 정도 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깜짝 놀라는 맛이어서 순수하게 맛 때문에라도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목살이 구워진 후 오겹살이 준비되는데 개인적인 평가로는 목살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맛있는 고기는 이렇게 저렇게 먹어도 상관없다. 그냥 소금 살짝 찍어 먹어도 좋고, 쌈을 싸거나, 또띠아에 고추냉이 소스를 가득 묻힌 후 올리브를 올려서 먹어도 맛있다. 꽈리고추도 불판에 구운 후 쌈장에 찍어 먹으면 이게 또 별미이다.
별돈별의 사이드 메뉴는 딱 한 가지이다. 바로 김치찌개. 냉면류가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아쉬운 대로 김치찌개를 주문하였다. 아니 주문하지 않았다면 정말 실수할 뻔하였다.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김치찌개는 고기와 궁합이 너무 잘 맞았고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도의 날씨에 따듯한 김치찌개는 몸을 풀어줌과 동시에 매력적인 맛을 발산하고 있었다.
별돈별 정원본점은 야외 테이블에서 기분 내기 좋은 가게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기 한 점, 김치찌개 한 숟가락에 이런 편견은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몇 번의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흑돼지 맛집이다. 날씨가 좋을 때 야외 정원에서의 식사는 또 다른 추억을 여행에 보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