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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글로리(The Glory) :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만이 있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The Glory)'는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느 누구도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1화의 날 선 분위기와 구도, 가해자의 천연덕스러움과 피해자의 고통은 그때 그 시절의 트라우마를 다시금 꺼내게 만든다. 잊고 살기 위해 상자에 담아 놓고 꺼내지 않았던 기억들이 '더 글로리'를 매개체로 수면 위로 부상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문동은(배우 정지소)이 당하는 학폭에 몸서리치기 시작한다.

 '작가 김은숙'은 여러 드라마를 흥행시킨 스타 작가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배우 송혜교와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에 재회하게 되었다. 사실 '더 글로리'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김은숙 작가가 이렇게 어둡고 슬프지만 통쾌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동안의 드라마를 살펴보면 모두 달달한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문동은이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며 하나하나 말하는 대사를 듣는 순간 너무 적절하게 상황에 맞지만 창의적인 조합의 언어를 들으면서 김은숙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연진아" 

 '문동은(배우 송혜교, 어린 시절 배우 정지소)'은 가해자 패거리의 새로운 장난감이다. 왜냐하면 먼저 있던 그들의 장난감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고대기에 온몸이 지져지고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현실은 그녀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단 하나의 유일한 가족 친모마저도 돈을 받고 학폭 사실에 대해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복수를 결심한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복수를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나의 그라운드에 그녀를 들이기 위해서.

 '배우 송혜교'는 대한민국의 대표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넷플릭스 시리즈로 더 글로리로 김은숙 작가와 함께 첫 도전에서 화제성과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엄청난 인기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의 도전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라는 물음표가 있었고, 더 글로리 시즌 1 오픈과 동시에 뜨거운 호평과 인기를 받으며 다시 한번 저력을 확인하였다. 복수만을 위해 무미건조하게 천천히 박연진의 주변을 무력화시켜 나아간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철저하게 고립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극야랑 백야 중에 말이야, 난 일평생이 백야였거든? 그늘 한 점 없이 환했다고!"

 '기상캐스터 박연진(배우 임지연, 어린 시절 배우 신예은)' 백야에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녀에게는 단 한순간도 어둠이 허용되지 않아 보인다. 능력 있는 준재벌 하도영과 결혼한 그녀는 기상캐스터이면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이다.
하지만 자신의 방송 스크립트 조차 직접 쓰지 못할 정도이고, 결혼을 했지만 재준과의 불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끝나지 않을 백야의 시간이 이제 극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배우 임지연'은 영화 '인간중독'에 캐스팅되어 순진한 외모와 상반되는 관능미로 불륜 소재의 영화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였고 '타짜 더 아이드 잭'에서 영미 역을 맡아 까치와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면서 영화의 재미를 살렸다. '더 글로리'에서는 문동은과 대립하는 최악의 빌런으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악역 박연진을 맡아 완벽하게 연기함으로써 '더 글로리'의 글로벌 흥행에 큰 역할을 하였다.

 

"할게요 망나니. 칼 춤 출게요."

 '서울주병원 의사 주여정'은 우연한 기회로 마주치던 문동은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선배'가 되었다. 1년 후 사라진 문동은을 잊지 못하던 주여정은 꾸준하게 답장이 없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어느 날 다시 문동은이 나타난다. 그녀의 팔과 다리에 깊게 새겨진 학교폭력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주여정은 그녀의 망나니로 복수에 동참하기 시작한다. 문동은의 복수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정신과 상담도 그만둔다. 서랍장에 있는 다양한 수술용 칼 다음으로 살인을 위한 흉기를 준비하면서 주여정 또한 복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 이도현'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의 청년시절 고교 야구선수 '이준호' 역할로 데뷔하였다. 여러 드라마에서 점차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선한 듯 개구진 묘한 얼굴은 결국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홈'에서 그룹의 리더이자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이은혁' 배역을 소화하며 '스위트 홈'의 폭발적인 글로벌 반응에 따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더 글로리'에서는 문동은의 복수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서랍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메스 옆에 살인을 위한 칼을 가지런히 보관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주여정' 캐릭터가 가지는 의사와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양면적인 모습을 나타내었다. 시즌 1에서는 극의 흐름상 출연 비중이 적지만 시즌 2에서는 문동은의 복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자신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밀어낸 살인마에게 복수하기 위한 그의 여정이 시작됨을 알린다. 과연 그는 자신의 지옥에서 빠져나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모른다는 말 싫어하는데, 아직 모르겠네요."

 '재평건설 대표 하도영'은 외모, 재력, 능력 모든 것을 갖춘 남자이자 박연진의 남편이다. 바둑을 좋아하는데 우연히 기원에서 만난 문동은과의 바둑에 지게 되면서 자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문동은에게 빠져 버린다. 최혜정에게 '나이스한 개XX' 라고 평가받듯 그는 완벽하고 고고하면서도 자신의 시간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에 절대적으로 반감을 드러낸다. 자신의 아내 박연진과 그녀의 친구들 자료로 빼곡하게 채워진 문동은의 집을 확인하고 나서도 박연진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과 재평건설의 가치를 위해서일 뿐 박연진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문동은의 팔에 가득 새겨진 화상의 흔적으로 짐작만 하였던 그녀의 고통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의 역린과도 같은 딸 예솔이마저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참지 않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배우 정성일'의 발견이다. 매력적인 미중년의 모습을 위해 단기간에 몸을 만들었는데 유튜브 영상 등으로 별다른 도움 없이 준비를 했고, '재평건설 대표 하도영'에 딱 맞는 모습이 되었다. 매력적인 외모와 낮고 천천히 깔리는 중저음 보이스가 '더 글로리'의 수많은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빛을 발하였다. 주로 연극에서 활동하면서 드라마, 영화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하였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더 글로리'에서 대중은 배우 정성일에 대해 각인하게 되었다. 이제 그의 시간이 시작된다.

 

"와~하 8살이 그런 조크를 이해했다고? 야~ 너 존... 매우 똑똑하구나!"

 '전재준(배우 박성훈)'은 대형 골프 리조트 대표 부부의 아들로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부터 박연진을 좋아했지만 결국 그녀는 더욱 완벽한 남자 '재평건설 대표 하도영'과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그녀와의 내연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색약이 그의 콤플렉스로 색깔과 관련된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돌변한다. 문동은의 괴롭힘에는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데 다른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일 뿐 손명오에게 문동은을 빗속에 세워두게 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성추행, 성희롱 하는 등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쓰레기적인 인성을 갖춘 인물이다. 그리고 문동은이 건네준 '하예솔'의 그림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종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난 큰 게 좋다니까요? 뭐든 큰 게 좋다구요!"

 '최혜정(배우 차주영)'은 가해자 그룹의 서열 4위로 평범한 세탁소 집 딸이다. 서열 3위 '이사라'와도 재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박연진과 이사라에게 멸시를 받고 심부름도 하고 있다. 박연진과 더불어 아주 집요하게 문동은을 괴롭히는 가해지인데, 문동은이 아니었다면 다음 순서는 바로 너라는 그들의 대화에서 최혜정은 자신이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더욱 악랄하게 괴롭힘을 진행한다. 성인이 된 후에는 스튜어디스로 부자 재혼남과의 결혼도 마다하지 않은 최혜정은 박연진이 받은 반지보다 큰 반지를 원하며 그들에 대한 자격지심을 드러낸다. 복수를 위해 나타난 문동은으로 인해 흔들리는 그들의 관계는 결국 손명오의 태블릿을 최혜정이 발견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우리 예솔이, 약 좋아해? 약?"

 '이사라(배우 김히어라)'는 가해자 그룹의 서열 3위로 대형 교회 목사의 딸이다. 박연진, 전재준과 못지 않은 재력을 소유하고 있고 미술에 재능이 있어 여러가지로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다. 사회적 지위와 아버지가 재직 중인 교회에 빠지지 않고 예배에 참여하면서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겉에서 보기에는 매우 정상적이고 독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본드에 손을 대기 시작하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손명오를 통해 마약을 받아서 복용하는 등 심각한 약물 중독에 빠져있다. 손명오에게 마약을 받지 못하자 금단 증상이 극에 이르고, 결국 문동은의 복수로 자신의 아버지가 목사로 재직 중인 장소에서 마약을 복용하면서 자멸하고 만다.

 

"동은이가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문동은이 왔어요!"

 '손명오(배우 김건우)'는 가해자 그룹에서 마지막 서열로 가난한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인물이다. 최혜정과 더불어 심부름과 행동을 주로 담당했고, 피해자의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를 대부분 도맡아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별다른 일거리 없이 전재준의 심부름과 운전기사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대외적인 행사에는 나서지 못하는 등 친구가 아닌 심부름꾼에 불과한 취급을 받는다. 그들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치켜들 때 문동은이 나타나 손명오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손명오에게 박연진을 꼼짝 못 하게 만들 수 있는 단서를 하나 건네주면서 유리성 같던 가해자 그룹의 관계는 깨지기 시작한다.

  '더 글로리'의 스토리는 네 가지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문동은의 학교 폭력에 대한 복수, 아버지를 살해한 사이코패스 살인마에 대한 주여정의 복수, 지속적인 가정 폭력을 당한 강현남의 딸의 미래를 위한 복수,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려 한 자에 대한 하도영의 복수이다. 메인 스토리는 당연히 문동은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이들의 복수를 위한 갈구가 문동은과 이어지면서 누군가는 구원을 받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단 하나 사랑하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는 결단을 하게 만든다. 문동은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박연진, 전재준, 최혜정, 이사라의 역할과 연기가 매주 중요했는데 어떤 부족함 없이 오히려 넘칠 정도로 악역에 몰입해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악행에 스러져가는 피해자 문동은의 어린 시절을 소화한 배우 '정지소'와 가해자 박연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 '신예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의 '더 글로리'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더 글로리'는 1화에서부터 가슴속 깊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과거의 기억과 마주해야 하는 드라마이다. 작가 김은숙, 비밀의 숲을 연출한 안길호 PD가 학교 폭력의 처참함을 영상으로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이보다 더하다는 사실은 매우 불편하고 씁쓸하다. 시즌 1에서 복수를 위해 준비하는 문동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즌 2에서는 하나씩 무너지는 가해자의 몰락에서 시청자들은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왜냐하면 학교폭력에서 옆으로 비켜서 예외인 사람은 없고 반드시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만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과거의 단편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시간은 그곳에 매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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